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밖에는 비가 오나요 / 정채원

폴래폴래 2011. 3. 5. 12:11

 

 

 

 

밖에는 비가 오나요

 

                                    - 정채원

 

 

 

 누가 보낸 꽃일까

 무슨 일로 사람들 모여든 걸까

 내 영혼은 어리둥절 영안실 복도를 서성거리고

 밖에는 비가 오는지

 

 막 벌어지던 꽃망울이 떨어지고

 달려가던 트럭이 미끄러지고

 유리창이 화염병처럼 깨지기도 하겠지

 애인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 받은 남자가

 빈소의 편육접시를 뒤적거릴 때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허공 속에

 동그라미가 되었다가 표정들을 천천히 지울 때

 

 죽은 새의 부리처럼 검은 보랏빛

 땅속에 나는 백 년쯤 더 누워 있을 거야

 입술이 지워지고 귀에서 떡잎이 돋을 때

 밖에는 수만 번 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또 풋과일이 떨어지고

 새들은 내 가슴이 있던 자리를 종종거리겠지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계단을 막 오르려던

 물방울 원피스의 여인이 우산을 접는 행인에게 묻겠지

 밖에는 비가 오나요?

 

 

 

 

 『서정시학』2010년 겨울호

 

 

 

 

  - 1996년『문학사상』등단

    시집<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