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오나요
- 정채원
누가 보낸 꽃일까
무슨 일로 사람들 모여든 걸까
내 영혼은 어리둥절 영안실 복도를 서성거리고
밖에는 비가 오는지
막 벌어지던 꽃망울이 떨어지고
달려가던 트럭이 미끄러지고
유리창이 화염병처럼 깨지기도 하겠지
애인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 받은 남자가
빈소의 편육접시를 뒤적거릴 때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허공 속에
동그라미가 되었다가 표정들을 천천히 지울 때
죽은 새의 부리처럼 검은 보랏빛
땅속에 나는 백 년쯤 더 누워 있을 거야
입술이 지워지고 귀에서 떡잎이 돋을 때
밖에는 수만 번 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또 풋과일이 떨어지고
새들은 내 가슴이 있던 자리를 종종거리겠지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계단을 막 오르려던
물방울 원피스의 여인이 우산을 접는 행인에게 묻겠지
밖에는 비가 오나요?
『서정시학』2010년 겨울호
- 1996년『문학사상』등단
시집<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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