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슬픔의 자전 / 신철규

폴래폴래 2011. 2. 10. 11:47

 

 

 사진:박배덕 화백

 

 

 

 

 슬픔의 자전

 

                              - 신철규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케이크 모양의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눈물방울이 사과 속살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은 누렇게 변해가고

 

 초대받지 못한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 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 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멍멍했다

 

 

 

 2011년 신춘문예 당선시집

 

 

 

 

 - 1980년 경남 거창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중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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