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 최승호
나비처럼 소풍 가고 싶다
나비처럼 소풍 가고 싶다
그렇게 시를 쓰는 아이와 평화로운 사람은 소풍을 가고
큰 공을 굴리는 운동회 날
코방아를 찧고 다시 뛰어가는 아이에게
평화로운 사람은 박수 갈채를 보낼 것이다
산사태는 왜 한밤중에
골짜기 집들을 뭉개버리는가
곰은 왜 마을을 습격하고
산불은 왜 마을 가까운 산들까지 번져오는가
한밤중에 햇불을 드는 마을의 소리
한밤중에 웅성거리는 마을의 소리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마을에서
온몸에 가시바늘을 키운다
평화로운 사람은 문을 걸고
잠속에서도 곰에게 쫓길 것이다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집에서
돌담을 높이 쌓는다
평화로운 사람은 한숨을 쉬고
문풍지 우는 긴 겨울 밤엔 莊子를 읽으리라
시집『고슴도치의 마을』문지 1985년 초판, 1994년 재판.
- 1954년 춘천 출생. 춘천교육대 졸업.
1977년『현대시학』등단.
시집<대설주의보><진흙소를 타고><세속도시의 즐거움><회저의 밤>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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