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바위들 / 유종인

폴래폴래 2010. 12. 23. 09:26

 

 

 

 

 

 

 바위들

 

                           - 유종인

 

 

 

 큰물이 나고

 못 보던 바위들이

 계곡 중간에 내려와 있다

 

 거구들이다

 계곡 상류 어딘가

 붙박이 가구처럼 살던 거구들이

 내려와서는

 다시 붙박이가 되어간다

 

 민달팽이가 타 올라가고

 계곡물이 옆구리로 흘러간다

 거무튀튀한 바위들 위로

 하얀 진돗개가 올라가 혀를 빼물다

 암자 쪽으로 내려간다

 

 원래 그랬다

 신갈나무 그림자가 어룽지는 바위들

 누구 말을 듣고 내려왔을까

 이렇게 무거운 침묵을 앉히기까지

 

 큰물을 떠내려 보낸 계곡물 소리,

 큰물을 다 따라가지 못하고

 잔 물소리에 얹혀사는 거구들, 다시 귀가 어둡다

 귀가 어두워 멀리 출타하지 못한다

 

 

 

 

  시집<수수밭 전별기> 실천문학사 2007

 

 

 

 

 

 - 1968년 인천출생. 시립인천전문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1996년 문예중앙 시

    2002년 농민신문 시조.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교우록><수수밭 전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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