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발자국 / 이윤학

폴래폴래 2010. 10. 12. 20:41

 

 

 

 

 

 

  발자국

 

                          - 이윤학  

 

 

 

 다섯 발가락 일곱 발가락씩 찍힌

 새 발자국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단풍나무 이파리를 보면

 새 발자국이 생각난다

 새 발의 피가 생각난다

 

 아파트 화단에 옮겨진 단풍나무는

 새 발자국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간 게 분명하다

 

 단풍나무에게는

 움켜쥔 새 발가락이 너무나도 많다

 단풍나무는

 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올 때까지

 무수히 발가락을 움켜쥐고 날아오른 새 떼다

 

 단풍나무는

 겨울을 나러 가는 새 떼다

 겨울을 나러 오는 새 떼다

 

 그 자리를 뜨지 못하는 단풍나무

 움켜쥔 새 발가락을 가지고

 다시 새 발자국이 돋을 때까지……

 

 

 

 

 시집『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문지 2008

 

 

 

 

 

  -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먼지의 집><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그림자를 마신다> 등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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