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 이윤학
다섯 발가락 일곱 발가락씩 찍힌
새 발자국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단풍나무 이파리를 보면
새 발자국이 생각난다
새 발의 피가 생각난다
아파트 화단에 옮겨진 단풍나무는
새 발자국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간 게 분명하다
단풍나무에게는
움켜쥔 새 발가락이 너무나도 많다
단풍나무는
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올 때까지
무수히 발가락을 움켜쥐고 날아오른 새 떼다
단풍나무는
겨울을 나러 가는 새 떼다
겨울을 나러 오는 새 떼다
그 자리를 뜨지 못하는 단풍나무
움켜쥔 새 발가락을 가지고
다시 새 발자국이 돋을 때까지……
시집『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문지 2008
-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먼지의 집><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그림자를 마신다> 등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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