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生圖
- 조용미
싸르륵싸르륵
마당에 달빛이 하얗게 내려앉는 밤
가만히 앉아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하얀 속적삼과 쪽진 머리
붉은 비단이불,
띠살문의 창호지 안으로 서리어오는 달빛은
알 수 없는 기다림이다
꼿꼿한 앉음새로 숨을 고른다
달빛이 차곡차곡 쌓이는 뜰
뒤곁 대숲을 한 줄 바람이 휙 긋고 지나가고 있다
마당에 누가 도착했다
천천히 열리는 문,
눈을 감고 있다
달빛에 눈을 다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긴 목은 달빛보다 희다
번쩍 무언가 허공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비단이불의 하얀 홑청 위로
붉은 꽃이 화르르륵 피어났다
고독한 눈빛을 지닌 검객의 얼굴은 가려져 있다
붉은 꽃을 가득 움켜쥐고 있는 여인은
어쩌면 그 얼굴을 알고 있다
그는 흰 눈보다 더 눈부신 붉은 꽃을 피웠다
알 수 없는, 오랜 기다림이 완성되었다
꽃이 피었다 붉은 꽃은
흰 홑청 위에 핀 붉은 꽃은
달빛을 받아 차갑다
몇 번이나 生을 닦아야 흰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시집『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문지 2007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200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자국 / 이윤학 (0) | 2010.10.12 |
---|---|
三南에 내리는 눈 / 황동규 (0) | 2010.10.12 |
양귀비 / 조용미 (0) | 2010.10.11 |
기울어짐에 대하여 / 문숙 (0) | 2010.10.11 |
간통 / 조정인 (0) | 2010.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