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양귀비 / 조용미

폴래폴래 2010. 10. 11. 13:34

 

 

 

 

 

  양귀비

 

                         - 조용미  

 

 

 

 불씨가 하얗게 숨을 쉬고 있는,

 아직

 불이 나지 않은 집

 

 이제 막

 불이 붙으려 하는 집

 

 창틈으로 내다보이는

 흰 양귀비가

 가득 숨쉬고 있는 마당

 

 단 하루만 타올랐다 꺼지는 불

 양귀비,

 빛을 내뿜고 있는

 

 아편꽃이 피어 있는 마당 안으로

 누가

 걸어들어왔다

 

 불이 붙기 시작하고 있는

 적요한 마당 안의

 흰 양귀비

 

 아래 너울거리는 붉은 꽃들

 단 하루의

 양귀비, 양귀비

 

 활활 빛을 내뿜고 있는 흰 꽃에 바쳐지는,

 불타고 있는

 빈집

 

 

 

 

 시집『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문지 2007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200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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