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죽선
- 허영숙
속없이 보여도 저미면 뼈가 여럿입니다
뼈와 뼈를 선지(扇紙)로 묶으면 서늘한 숲이 생기지요
한여름의 폭염
그 후방에 나 앉아 포개진 댓살을 펼쳐 흔들면
숲에서 찬바람이 일제히 몰려오는 것인지
허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요한 듯 보여도 수많은 바람이 살고 있지요
댓살을 흔들 때 흩어지거나 포개지면서
대 안에 숨은 서늘한 그늘을 베껴내며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인데
댓살이 차고 시원한 바람을 몰아 올 수 있었던 것은
고비를 넘을 때마다
마디 속에 생긴 그늘 때문이지요
마디는 다시 한 생애를 밀어올리고
곧은 생애에 또 한 마디가 자라나고
그늘은 그때 생겨나 댓살에 스미지요
밀려나면 또 다시 몰아오고
빙글빙글 바람을 돌리는 댓살 속에
고비도 없이 한 시절 그럭저럭 고요하게 건너가는
나의 지루한 문양을 그려 넣으면
바람을 접고 또 접어 내 어깨를 후려쳐 줄까요
『시와시학』2010년 가을호
- 경북 포항 출생. 부산여대 졸업.
2006년<시안> 등단
시집<바코드> 2010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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