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빗방울의 꼬리들
- 김지녀
빗방울이 진화하고 있는 걸까
둥그니까!
물렁하니까!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지
꼬리를 자르고 달아날지 모르지
도마뱀처럼 보호색을 하고
나뭇가지나 나뭇잎으로 살아가는 걸까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남은 자국을 보면
꼬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것 같아
장대비가 내리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떨어지는
빗방울의 꼬리들이 도로 위에서
강물 위에서 출렁거린다
꼬리들은 이들이들하다
뼈가 없기 때문
뼈가 없는 꼬리는 슬프다
눈물방울이 주르륵 뺨으로 떨어질 때
슬픔은 한 없이 길어지지만
꼬리는 흔적이 없다
마음이 없다
모래의 느낌으로 흩어지는
빗방울, 빗방울이
나를 향해 떨어진다
개나 고양이처럼 꼬리를 흔들면서
반갑다는 듯이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듯이
안녕, 안녕
크게 꼬리를 흔들면서
내가 모르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학청춘』2010년 가을호
- 1978년 경기 양평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7년 『세계의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시소의 감정>2009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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