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동호항 주변 / 박성현

폴래폴래 2010. 5. 31. 20:34

 

 

 

 

 

  동호항 주변

 

                            - 박성현  

 

 

 

 

  붉은 녹과 이끼가 잔뜩 껴 있어 몹시 불편해 보였으나, 저 배는 뱃머리를 휘갈기던 숭어의 매운 손맛은 잊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해가 기우는 통영, 수묵처럼 어둠이 스미고 골목마다 저녁밥 냄새가 낮게 깔렸다. 여전히, 저 배는 바다의 먼 곳을 뒤척이고 있는데

 

  근해를 떠나본 적 없는 나에게 저 표정은 아득한 꿈이다. 닿을 수 없으므로, 나는 저 배와 함께 기울어지고 출렁이는 것이다.

 

  소매물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축축해지면서 난전을 접은 억센 여자들의 표정에 느긋한 달이 떠올랐다.

 

  바싹 말라버린 멸치 떼, 오래된 물맛을 기다리며 잠들었다.

 

 

 

 

 

  『주변인과 시』2010년 여름호

 

 

 

 

 

  - 1970년 서울 출생. 건국대 국문과, 대학원 국문과 문학박사.

    2009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등단. 서울교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