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읽기

페이스오프 / 김륭

폴래폴래 2010. 4. 23. 23:34

 

 

사진:네이버포토

 

 

 

 페이스오프

 

                            - 김륭

 

 

 

 엎어지면 코가 닿는 곳으로부터 얼굴이 시작됩니다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혀가 갈라져 길이 뒤엉킵니다

 

 뱀이 드나들던 창문을 닫고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책장처럼 접혀있던 거울 한 귀퉁이가 바스락거립니다

 

 물 대신 불을 주어야하는 꽃밭입니다

 

 동쪽에 두고 온 머리에 바람을 옮겨 심습니다

 

 나를 흔드는 것은 꽃이 아니라 밥이라고 쿨럭쿨럭

 

 단풍을 받아쓰는 순간 얼굴이 툭, 꺼졌습니다

 

 백년을 넘게 기다렸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사내입니다

 

 애인이 보낸 생일케이크가 봉분처럼 도착합니다

 

 서쪽에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계간『서시』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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