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한밤의 블랙러시안 / 강인한

폴래폴래 2010. 4. 22. 16:42

 

 

  사잔:네이버포토

 

 

 

 

  한밤의 블랙러시안

 

                                   - 강인한 

 

 

 

 내 시력에서 너의 안부가 빠져 나간다

 점점 멀어지다가

 네 어떠한 표정도 다 지워지고

 희미한 기억으로 너는 존재한다

 

 한밤의 블랙러시안

 갈색 차가운 소용돌이 속으로

 미치고 싶은 내 혈액이 달려간다, 사랑아

 허리까지 빠지는 폭설에 막혀

 우편마차의 방울소리는

 흰눈이 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돌아

 까마득히 사라져 가버렸다

 

 눈감고 듣는 먼 바람소리

 내 귓가에 환하게 들려오는 밤의 갈피 갈피

 늑대 울음은 나의 것이다

 피 묻은 늑대 울음은 나의 것이다

 한밤의 블랙러시안

 집을 뛰쳐나와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랑아 네 모습이 유리컵에 어른거린다

 유리에 내 더운 입술이 닿는다.

 

 

 

 

 

  - 전북 정읍 출생. 1967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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