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잔:네이버포토
한밤의 블랙러시안
- 강인한
내 시력에서 너의 안부가 빠져 나간다
점점 멀어지다가
네 어떠한 표정도 다 지워지고
희미한 기억으로 너는 존재한다
한밤의 블랙러시안
갈색 차가운 소용돌이 속으로
미치고 싶은 내 혈액이 달려간다, 사랑아
허리까지 빠지는 폭설에 막혀
우편마차의 방울소리는
흰눈이 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돌아
까마득히 사라져 가버렸다
눈감고 듣는 먼 바람소리
내 귓가에 환하게 들려오는 밤의 갈피 갈피
늑대 울음은 나의 것이다
피 묻은 늑대 울음은 나의 것이다
한밤의 블랙러시안
집을 뛰쳐나와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랑아 네 모습이 유리컵에 어른거린다
유리에 내 더운 입술이 닿는다.
- 전북 정읍 출생. 1967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죽어지지 않는 꿈 / 김선우 (0) | 2010.04.22 |
---|---|
상처적 체질 / 류근 (0) | 2010.04.22 |
綠雨 / 김명리 (0) | 2010.04.21 |
이정록 시 몇 편 (0) | 2010.04.21 |
고막이 터지는 때 / 장철문 (0) | 2010.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