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비 내린 뒤 / 이정록

폴래폴래 2010. 3. 30. 20:10

 

 

   사진;네이버포토(저녁노을님)

 

 

 

  봄비 내린 뒤

 

                           - 이정록 

 

 

 

 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퉁퉁 분 밥풀이

 따라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시집『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공주사대 한문교육과 졸업.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벌레의 집은 아늑하다><풋사과의 주름살>

     <제비꽃 여인숙><의자>등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