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인 독서
- 권현형
책을 읽겠다고 매일 타던 자전거를
고삐처럼 매어놓고 내려왔다
책은 무슨 책, 바닷가 여관
비릿한 아랫목
똬리를 틀고 한 사나흘 앉았으니
남의 살 생각이 간절하다
시집 위에 냄비째 올려놓고
라면 먹을 때도 계란 생각
장자 위에 밥솥째 올려놓고
맨밥 먹을 때도 고기 몇 점 생각
창틀에 턱 올려놓고
밤새 바라보는 파도가
젖은 아랫도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읽히기도 한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두꺼운 책일수록 실용적이다
책을 읽겠다고 매일타던
소를 잡아 먹는다
시집『밥이나 먹자, 꽃아』천년의시작 2006
- 강원 주문진 출생. 강릉대 영문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석,박사.
시집<중독성 슬픔>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 김선우 (0) | 2010.03.31 |
---|---|
봄비 내린 뒤 / 이정록 (0) | 2010.03.30 |
어린 벚꽃나무가 꽃피는 밤 / 양애경 (0) | 2010.03.29 |
찬란 / 이병률 (0) | 2010.03.28 |
별똥별 / 김지유 (0) | 201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