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채호기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펄펄 내립니다.
눈은 쌓이지 않고 대부분
가슴에 깨끗이 스며듭니다.
당신이 가본 적 없는 내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나는 도심의 한가운데서
흰곰처럼 웅크린 먼 산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물기 어린 눈에서
눈이 내리고……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언 길을 미끄러지지 않고
흰 날개를 팔랑이며 내려와
조용한 수면에 닿겠지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사랑하는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내립니다.
내 마음에 자국도 없이……
사랑의 함박눈이 내리고
내가 가본 적 없는 당신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당신과 내가 이렇게
함께 따뜻해도
눈이 쌓일수록 깊어가는 고요뿐
당신과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눈 쌓인 먼 산에 가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당신과 내가 모르는
덧없는 치장일 뿐이지요.
시집『손가락이 뜨겁다』문지 2009
- 1957년 대구 출생. 대전대 국문과 졸업.
1988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지독한 사랑><슬픈 게이><밤의 공중전화><수련>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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