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10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폴래폴래 2010. 1. 13. 16:27

 

 

 조각보

 

                     - 신준수

 

 

 

 버려진 하천부지 고만고만한 뙈기밭 살붙이처럼 붙어있는데요 상추 파

숙갓 고추 토마토 가지 시금치 얼갈이 오밀조밀 어깨 겨누고 있는 그게,

한 땀 한 땀 이어붙인 조각보입니다

 

 꾸불텅꾸불텅 민달팽이

 육필 선연한

 푸진 밥상입니다

 

 세상에 밥을 탐하는 것들

 

 시장기 급한 여름이 확, 밥상보 걷어내듯 물길이 휩쓸고 간 지난해 덜

익은 것들 날것으로 쓸려간 밥상머리 몇 남은 건건이 일으켜 쿵쿵 지지

대 박던 노인을 오늘 다시 봅니다

 

 조심조심 밥물 맞추듯 푸성귀 매만지는 남루한 저 손길도 언제 쓸려갈

지 모르는 밥상처럼 위태위태합니다

 

 허겁지겁 허기 속으로 잦아든 초록의 밥상이나 초록에서 여물고 있는

씨앗들 묵정밭 같은 저 손에 다시 씨앗 떨굴지도 의문입니다

 비어있는 밭이라야 다시 씨앗 묻을 수 있듯 가보지 않은 저쪽 어디 빈

밭을 점찍어 두었을지도 모르지요

 

 맨 처음 고개 숙이고 나오던 물음표 같은 떡잎처럼

 저 노인 구부정한 것이 새싹을 닮았습니다

 곧 어느 곳으로든 옮겨질 모종처럼 말입니다

 

 

 

 

  - 1961년 강원 영월 출생. 계명대 유아교육과 졸업

     아동복지교사.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강산 / 백석  (0) 2010.01.14
오죽烏竹 곁에서 / 문태준  (0) 2010.01.13
2010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0) 2010.01.13
눈 / 김수영  (0) 2010.01.12
몰운대(沒雲臺)* 저녁노을 / 정일근  (0) 201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