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몰운대(沒雲臺)* 저녁노을 / 정일근

폴래폴래 2010. 1. 11. 12:06

 

 

 

 

 

 

  몰운대(沒雲臺)* 저녁노을

 

                                         - 정일근  

 

 

 

 몰운대의 저녁을 보지 않고

 내게 사랑에 대해 말하지 마라

 멀리 태백산 피재에서 시작된

 한 방울의 물이 낙동강을 만들어

 길고 긴 물길 남해로 돌아갈 때

 강의 팔짱을 끼고 부창부수 함께 흘러온

 우리 산줄기 낙동정맥(洛東正脈)이

 부산 남자처럼 작별을 하는 몰운대

 강이 흘리는 이별의 눈물이 뜨거워져

 구름이 안개로 부서지며 쓰러지고

 산은 마침표처럼 침묵하며 바라볼 뿐인데

 웅녀(熊女) 같은 땅의 강과

 환웅(桓雄) 같은 하늘의 산이 나누는

 아뜩한 별사를 읽지 못하고는, 감히

 가벼운 세 치 혀로 사랑 타령은 하지 마라

 몰운대 저녁노을이 다대포를 덮을 때

 강과 산의 작별을 가슴 치며 바라보다

 바다가 먼저 붉게 울어, 하늘의 눈시울이

 덩달아 붉어지는 것도 보지 못한다면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 있었냐고

 그런 어둔 눈으로 내게 묻지도 마라

 

 

  *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에 있는 경승지.

     370km 낙동정맥 산줄기의 끝자락.

 

 

  - 시집『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지 2009

 

 

 

  - 경남 진해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4년『실천문학』1985년『한국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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