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통조림 / 김윤선

폴래폴래 2010. 1. 4. 23:34

 

 

 

 

 

 

  통조림

 

                  - 김윤선 

 

 

 

 한 이십년쯤만 얼었다 나오면 안 될까

 지금 이대로

 페르시안 블루 드레스에 검은 부츠 히아신스 목걸이

 애인과 통화하다가

 재스민 차를 마시다가

 느닷없이 얼어붙고 싶어

 어린 아들이 자라 다정한 아빠가 되어있겠지

 그 아가가 젊은 내게

 할머니! 하고 부르겠지

 엄마는 그때까지 살아계실까

 바람 불고 넝쿨장미 지고 피고

 지구별에 전쟁의 기운 대신 장미향 만발했으면

 닫는 순간 얼어붙는 초강력 냉동실

 지하철 푸시맨을 불러줘

 주저하는 날 좀 사정없이 밀어 넣어줘

 햇살 맑은 이십년 후 아침

 아함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싶어

 생에 쉼표를 찍어준다면

 수천 억 광년 동안 이어진 푸른 별의 자전이

 한 번쯤 슬며시 멎어준다면,

 

 

 

 『시와 시학』2009년 겨울호

 

 

 

 서울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졸업.

 2006년 미주《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2009년 요가시집『가만히 오래오래』 ' 빈터 '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