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 김윤선
한 이십년쯤만 얼었다 나오면 안 될까
지금 이대로
페르시안 블루 드레스에 검은 부츠 히아신스 목걸이
애인과 통화하다가
재스민 차를 마시다가
느닷없이 얼어붙고 싶어
어린 아들이 자라 다정한 아빠가 되어있겠지
그 아가가 젊은 내게
할머니! 하고 부르겠지
엄마는 그때까지 살아계실까
바람 불고 넝쿨장미 지고 피고
지구별에 전쟁의 기운 대신 장미향 만발했으면
닫는 순간 얼어붙는 초강력 냉동실
지하철 푸시맨을 불러줘
주저하는 날 좀 사정없이 밀어 넣어줘
햇살 맑은 이십년 후 아침
아함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싶어
생에 쉼표를 찍어준다면
수천 억 광년 동안 이어진 푸른 별의 자전이
한 번쯤 슬며시 멎어준다면,
『시와 시학』2009년 겨울호
서울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졸업.
2006년 미주《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2009년 요가시집『가만히 오래오래』 ' 빈터 '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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