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 김혜순
역광 속에 멀어지는 당신 뒷모습 열쇠구멍이네
그 구멍 속이 세상 밖이네
어두운 산 능선은 열쇠의 굴곡처럼 구불거리고
나는 그 긴 능선을 들어 당신을 열고 싶네
저 먼 곳, 안타깝고 환한 광야가
열쇠구멍 뒤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그 광야에 한 아름 백합을 꽂았는데
찰칵
우리 몸은 모두 빛의 복도를 여는 문이라고
죽은 사람들이 읽는 책에 씌어 있다는데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당신이 깜빡 사라지기 전 켜놓은 열쇠구멍 하나
그믐에 구멍을 내어 밤보다 더한 어둠 켜놓은 깜깜한 나체 하나
백합 향 가득한 광야가 그 구멍 속에서 멀어지네
『문학과 사회』2009년 겨울호
- 1955년 경북 울진 출생. 건국대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8년 동아일보 평론, 1979년 문학과지성 시 등단.
시집<또 다른 별에서><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우리들의 음화><불쌍한 사랑기계> 등.
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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