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 김명리

폴래폴래 2009. 12. 27. 12:14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 김명리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草墳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시집『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문지 2002

 

 

 

         -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현대문학』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적멸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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