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솔향기님
천일馬화*
─명마 捕鯨船
- 유하
마사 박물관에 가면 당신은
한때 뚝섬을 주름잡았던 명마의 박제를 만날 수 잇다
경주마 이름은 포경선
생전에 그에겐 많은 돈이 걸렸다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람 같은 질주가 아니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조롱 속에 갇혀
끝없이 황금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직 죽음만이, 이 저주 받은 이야기꾼의 운명을
정지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은 그의 바람대로
그를, 말의 육신을 멈추게 해주었다
이윽고 그의 몸은 방부제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하여 황금 고래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히 썩지 않는 박제가 되었다
* 스포츠서울에 연재되었던 배금택의 만화 제목.
시집『천일馬화』
-유하(본명: 김영준)
1963년 전북 고창 출생. 세종대 영문과,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 졸업.
1988년『문예중앙』등단. 시집<무림일기><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세운상가 키드의 생애><천일馬화> 영화감독: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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