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천일馬화* / 유하

폴래폴래 2009. 11. 9. 15:08

 

 

 

         사진:솔향기님

 

 

              천일馬화* 

                   ─명마 捕鯨船

 

                                                - 유하

 

 

 마사 박물관에 가면 당신은

 한때 뚝섬을 주름잡았던 명마의 박제를 만날 수 잇다

 경주마 이름은 포경선

 생전에 그에겐 많은 돈이 걸렸다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람 같은 질주가 아니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조롱 속에 갇혀

 끝없이 황금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직 죽음만이, 이 저주 받은 이야기꾼의 운명을

 정지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은 그의 바람대로

 그를, 말의 육신을 멈추게 해주었다

 이윽고 그의 몸은 방부제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하여 황금 고래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히 썩지 않는 박제가 되었다

 

 

        * 스포츠서울에 연재되었던 배금택의 만화 제목.

 

 

           시집『천일馬화』

 

               -유하(본명: 김영준)

               1963년 전북 고창 출생. 세종대 영문과,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 졸업.

               1988년『문예중앙』등단. 시집<무림일기><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세운상가 키드의 생애><천일馬화> 영화감독:쌍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