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십일월, 배밭을 지나며
- 조용미
십일월의 과수원,
배나무에 열린 배를 덮고 있던 흰 종이 누런 종이들이
만장처럼 매달려 펄럭인다
먼 데서 보면
흰 꽃들이 소복이 피어 있는 듯
십일월의 과수원은
배를 갓처럼 싸고 있던 흰 종이들이
배나무가 순산을 하듯
탯줄을 끊고 떨어져나간 자리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나부끼고 있다
빈 가지마다 거두지 못한 태반처럼
종이들이 남겨져 펄럭이고 있다
다 늦은 가을 흰 꽃들은 피어서,
큼직하게 매달렸던 배들이 떨어지고 난 자리에
흰 꽃들은 피어나서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
스산한 흰 꽃들은 난만히 피어나서,
눈이 내리는 듯한 세상이 가고 또 오는 듯
펄럭, 펄럭이고 있다
눈송이들이 멀어지며 작아지고 있다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200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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