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닭발
- 최명란
닭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걷는다
손으로 땅을 떠받치고 물구나무 선 채 걷는다
날마다 오체투지하며 걷는다
신사동 텐트빠에서 우리가 술안주로 주문한 닭발은
닭발이 아니라 손목이 싹둑 잘린 아주 작은 손들
커다란 접시 위 살짝 오므린 손가락들이
죽어 딱 한 번 하늘을 향해 있다
손톱마저 다 뽑힌 뭉텅한 손가락
저! 소신공양하는 손
시집『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 2008
시인의 말
그제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어제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어제 웃다가 쓰러진 내 위에
오늘 내가 울다가 쓰러지고
오늘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내일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오늘 쓰러지고 또 오늘 쓰러지고
오늘 또 쓰러지고,
나는 내 탑이다
웃음과 울음이 맞닿는 곳
그곳에 시가 있나…
- 1963년 경남 진주 출생. 세종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동시집<하늘천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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