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닭발 / 최명란

폴래폴래 2009. 11. 2. 19:54

 

 

 

             사진:네이버포토

 

 

 

          닭발

 

                           - 최명란  

 

 

 닭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걷는다

 손으로 땅을 떠받치고 물구나무 선 채 걷는다

 날마다 오체투지하며 걷는다

 신사동 텐트빠에서 우리가 술안주로 주문한 닭발은

 닭발이 아니라 손목이 싹둑 잘린 아주 작은 손들

 커다란 접시 위 살짝 오므린 손가락들이

 죽어 딱 한 번 하늘을 향해 있다

 손톱마저 다 뽑힌 뭉텅한 손가락

 저! 소신공양하는 손

 

 

 

         시집『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 2008

 

 

             시인의 말

 

   그제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어제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어제 웃다가 쓰러진 내 위에

   오늘 내가 울다가 쓰러지고

   오늘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내일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오늘 쓰러지고 또 오늘 쓰러지고

   오늘 또 쓰러지고,

   나는 내 탑이다

   웃음과 울음이 맞닿는 곳

   그곳에 시가 있나…

 

 

 

                        - 1963년 경남 진주 출생. 세종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동시집<하늘천 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