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고등어
- 안명옥
모처럼 객지에서 온 딸을 위해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웠다
어릴 적 아버지 상에만 오르던 고등어를
먹으며, 문득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른가
어머니 등에도 푸른 멍이 있을 거라고
몸속에 들어오는 소금물을 걸러내며
짠물에 물들지 않는 고등어같이
너도 그렇게 살아야 혀
푸른 멍을 가진 고등어로 살아
그 어떤 상처가 건드려도 멍들지 않았으면
푸르다는 건
비늘 벗겨진 지느러미의 파란 감정들일지도
거친 현실의 바다를 끌어안으며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낸 푸른 멍들일지
제 온몸을 밀고 가느라
바다에서 맺힌 고등어의 푸른 멍이
사르르 녹아 사라지며
멍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의 내부, 그곳에도 멍이 서식하고 있는가
비늘이 다 떨어지고
비린내가 가셔지는
내 등에도 멍자국이 점점 늘어가고
그날 그저녁 밥상이 그리워
푸른 고등어를 구웠다
아직 비린내 물씬 풍기는 딸아이
대뜸 비린내가 싫다고 투덜거린다
딸아이의 몸은
멍들기엔 아직 환하므로
나는 아무 말 없이
고등어의 푸른 멍을
삼켰다
마음에 아직, 나를 업고 있는
등 굽은 어머니를 삼켰다
시집『칼』시작 2008
시인의 말
이 땅에 여자로 태어난 내가 나의 시다
사는 동안 꽃 한 번 피운다는 건
스스로 강해지는 일이다
- 경기 화성 출생. 성균관대 중문과, 한양대학원 중퇴
2002년『시와시학』등단. 시집<소서노>
2006년 성균문학상 수상. 고양예술고 문창과 전문교사.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가을 / 이일옥 (0) | 2009.11.02 |
---|---|
닭발 / 최명란 (0) | 2009.11.02 |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 약전(略傳) / 권혁웅 (0) | 2009.11.02 |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 김기택 (0) | 2009.11.02 |
갈대꽃이 피었다 / 문성해 (0) | 2009.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