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고등어 / 안명옥

폴래폴래 2009. 11. 2. 19:34

 

 

 

             사진:네이버포토

 

 

 

             고등어

 

                              - 안명옥  

 

 

 

 모처럼 객지에서 온 딸을 위해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웠다

 어릴 적 아버지 상에만 오르던 고등어를

 먹으며, 문득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른가

 어머니 등에도 푸른 멍이 있을 거라고

 

 몸속에 들어오는 소금물을 걸러내며

 짠물에 물들지 않는 고등어같이

 너도 그렇게 살아야 혀

 푸른 멍을 가진 고등어로 살아

 그 어떤 상처가 건드려도 멍들지 않았으면

 

 푸르다는 건

 비늘 벗겨진 지느러미의 파란 감정들일지도

 거친 현실의 바다를 끌어안으며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낸 푸른 멍들일지

 

 제 온몸을 밀고 가느라

 바다에서 맺힌 고등어의 푸른 멍이

 사르르 녹아 사라지며

 멍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의 내부, 그곳에도 멍이 서식하고 있는가

 

 비늘이 다 떨어지고

 비린내가 가셔지는

 내 등에도 멍자국이 점점 늘어가고

 그날 그저녁 밥상이 그리워

 푸른 고등어를 구웠다

 아직 비린내 물씬 풍기는 딸아이

 대뜸 비린내가 싫다고 투덜거린다

 딸아이의 몸은

 멍들기엔 아직 환하므로

 

 나는 아무 말 없이

 고등어의 푸른 멍을

 삼켰다

 마음에 아직, 나를 업고 있는

 등 굽은 어머니를 삼켰다

 

 

            시집『칼』시작 2008

 

 

           시인의 말

 

  이 땅에 여자로 태어난 내가 나의 시다

 

            사는 동안 꽃 한 번 피운다는 건

                       스스로 강해지는 일이다

 

 

           - 경기 화성 출생. 성균관대 중문과, 한양대학원 중퇴

             2002년『시와시학』등단. 시집<소서노>

             2006년 성균문학상 수상. 고양예술고 문창과 전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