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생각 / 이사라

폴래폴래 2009. 7. 24. 13:11

 

 

 

 

 

 

               생각

 

                                     - 이사라 

 

 

 

 젖은 빨래는

 옷이 아닌 듯 젖어 있다

 통 속을 지나온

 젖은 빨래는

 여름 햇볕 아래 점점 말라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목숨을 다하고

 다시 새옷이 된다

 새옷이 된 빨래는 빨래가 아니지만

 옷으로 살아가는 생각이

 여름의 막바지 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빨랫줄에 낯익은 몸 하나 빨래로 널려

 허공에서 시신처럼 빳빳할 때

 생각은 생각을 말리고

 따가운 햇볕

 중력도 무심한 가벼운 세상 한복판

 바람에 흔들리듯 슬픈 시간을 말리고 있다

 빨랫줄을 당기고 있는 힘 너머

 세상 너머

 바람소리가

 생각을 빨고 있듯이

 

 

 

 

                  시집『가족박물관』문학동네 2008

 

 

 

                    - 서울 출생. 이대 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1981년『문학사상』등단

                       서울산업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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