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이사라
젖은 빨래는
옷이 아닌 듯 젖어 있다
통 속을 지나온
젖은 빨래는
여름 햇볕 아래 점점 말라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목숨을 다하고
다시 새옷이 된다
새옷이 된 빨래는 빨래가 아니지만
옷으로 살아가는 생각이
여름의 막바지 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빨랫줄에 낯익은 몸 하나 빨래로 널려
허공에서 시신처럼 빳빳할 때
생각은 생각을 말리고
따가운 햇볕
중력도 무심한 가벼운 세상 한복판
바람에 흔들리듯 슬픈 시간을 말리고 있다
빨랫줄을 당기고 있는 힘 너머
세상 너머
바람소리가
생각을 빨고 있듯이
시집『가족박물관』문학동네 2008
- 서울 출생. 이대 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1981년『문학사상』등단
서울산업대 문창과 교수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생달 / 이병초 (0) | 2009.07.25 |
---|---|
엽서 / 고성만 (0) | 2009.07.25 |
밀실 / 안시아 (0) | 2009.07.24 |
이상한 여름 / 강성은 (0) | 2009.07.24 |
무서운 속도 / 장만호 (0) | 2009.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