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은유의 꽃 / 강희안

폴래폴래 2009. 7. 7. 11:48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은유의 꽃

 

                                       - 강희안 

 

 

 

 그가 시든 남성을 잘라주기 전에는

 꽃은 다만

 하나의 관념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꽃의 성기로 치환해 주었을 때

 꽃은 너에게로 와서

 따뜻한 한몸,

 은유의 전리품이 되었다

 

 그가 식물의 질에 붙인 수사처럼

 이 휘황한 환유의 진열장에 전시된

 누가, 너의 호명을 매도해 다오

 

 꽃에게로 가서 나도

 여장남자 시코쿠*

 게이의 항문에 사정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꽃의 궁에 들고 싶다

 나는 꽃에게 너는 그에게

 잊혀지지 않을 상징의 꼬리표를 떼고 싶다

 

             * 황병승의 시 제목

 

 

             시집『나탈리 망세의 첼로』천년의 시작 2008

 

 

 

                               ■ 시인의 말

 

 

   이번 시집에서는

 시 아닌 시

        누구에게도 시적이지 않은

  사적인 나의 시

       非詩를 쓰고 싶었다

 ‘환은유’ 와

     ‘자동연상은유’ 를 요구했지만

      시가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다

 

          시의 말에

  다시 귀 기울이리라

 

 

             - 1965년 대전 출생. 배재대 국문과 한남대 대학원 박사

                1990년『문학사상』등단.

                『시에』편집위원, 배재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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