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파두
─리스본行 야간열차
- 황인숙
잠이 걷히고
나는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어떤
암울한 선율이
방울방울
內分泌됐다
공기가 으슬으슬했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한층 더 으슬으슬하고 축축한
어둠이었다
끝없이 구불거리고 덜컹거리는
産道를 따라
구불텅구불텅
덜컹덜컹
미끄러지면서
(이 파두, 숙명에는 기쁨이 없다.)
나는 점점 더
부풀어 올라
탱탱해졌다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처럼.
시집『리스본行 야간열차』문지 2007
시인의 말
문득 궁금하다.
내속에 아직 시의 씨앗이라는 게 살아 있어,
촉촉이 비 내린 뒤 햇빛 쏟아지는 날들엔 발아할까.
아니면 이미 모래알처럼 굳어버린 걸까. 다른 이들도,
근면해야 시를 거두는 걸까, 아니면 절로 풍요로운
시의 정원을 홀홀히 거니는 시인도 있는 걸까.
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졸린데 꾹 참고 일어나곤 하는 걸까,
아니면 늘 나만큼 졸립진 않은 걸까.
2007년 12월
황인숙
-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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