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뻐꾸기 소리
- 문인수
곤충채집 할 때였다./물잠자리, 길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그 길에 취해가면 오릿길 안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그렇게 어느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큰누님이,/ 날 업어키운 큰누님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컷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스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어머니한테 몽당 빗자루로 맞았다./다시는 그런 길,/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이 행간엔 자꾸 소리가 난다)
2006년 1월 12일, 뻐꾹뻐꾹뻐꾹…… 큰누님 저세상 갔다.
향년 76세, 삼일장 치른 뒤 우리 남매 어머니한테 갔다.
활짝 반기면서 어머니는 대뜸,
하필 내게 물었다.
“느그 큰누부는 안 오나……?” (약속대로 우리는)나는, 딴청을 피며 어물쩍 넘겼다. 어물쩍 넘겼으나 어머니, 오늘은 날 패지도 않는다. 뻐꾹뻐꾹,
지금은 서울, 작은형네 아파트엔 물론 몽당빗자루도 없고
연세 아흔여섯, 어머니는 요즘 뭐든 대강 잘 넘어간다.
그런다음…… 그다음, 그다음에 가 뵈어도 어머니,
“나, 와 이리 오래 사노!” 당신을 직접 때리는 것인지
큰누님 안부, 다시는 한번도 잠잠 묻지 않는다. 뻐꾹……
*졸시「눈물」전문
시집『배꼽』창비 2008
시인의 말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야말로 절경이다. 그래,
절경만이 우선 시가 된다.
시, 혹은 시를 쓴다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사람 구경일 것이다.
사람의 반은 그늘인 것 같다.
말려야 하리.
연민의 저 어둡고 습한 바닥,
다시 잘 살펴보면 실은 전부 무엇이냐.
내가 엎질러놓은 경치다.
2008년 4월
문인수
-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심상』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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