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 채호기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어두운 찔레 덤불에 흰 꽃들 같은
어둠의 심지에 타오르는 등불 같은
그대의 눈부시고 뾰족한 나신이 눈을 찌른다.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실명의 이 밤에
눈빛을 무력화시키는 더 밝은 광도로
그대의 나신이 눈을 찌른다.
아직 녹지 않은 눈 무더기처럼
어둠을 베어 먹는
그대의 나신이 차고 빛난다.
시선 끝에 달린 손가락이
어루만지듯 그대를 본다.
벌거벗은 몸의 옷을 또 한 꺼풀 벗기듯 본다.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눈동자에 붙은 한 사내의 나신이
눈부신 그대의 나신을 덮어, 끈다.
시집『손가락이 뜨겁다』문지 2009
- 1957년 대구 출생. 대전대 국문과 졸업.
1988년『창비』등단.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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