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 채호기

폴래폴래 2009. 6. 29. 15:45

 

 

 

                                  사진:네이버포토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 채호기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어두운 찔레 덤불에 흰 꽃들 같은

 어둠의 심지에 타오르는 등불 같은

 그대의 눈부시고 뾰족한 나신이 눈을 찌른다.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실명의 이 밤에

 눈빛을 무력화시키는 더 밝은 광도로

 그대의 나신이 눈을 찌른다.

 

 아직 녹지 않은 눈 무더기처럼

 어둠을 베어 먹는

 그대의 나신이 차고 빛난다.

 

 시선 끝에 달린 손가락이

 어루만지듯 그대를 본다.

 벌거벗은 몸의 옷을 또 한 꺼풀 벗기듯 본다.

 밤이 그대를 덮고 있다.

 눈동자에 붙은 한 사내의 나신이

 눈부신 그대의 나신을 덮어, 끈다.

 

 

 

              시집『손가락이 뜨겁다』문지 2009

 

 

 

               - 1957년 대구 출생. 대전대 국문과 졸업.

                  1988년『창비』등단.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