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 안도현
저녁 먹기 직전인데 마당이 왁자지껄하다
문 열어보니 빗줄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와서 진을치고 있다
둥근 투구를 쓴 군사들의 발소리가 마치 빗소리 같다
부엌에서 밥 끓는 냄새가 툇마루로 기어올라온다
왜 빗소리는 와서 저녁을 이리도 걸게 한상 차렸는가
나는 빗소리가 섭섭하지 않게 마당 쪽으로 오래 귀를 열어둔다
그리고 낮에 본 무릎 꺾인 어린 방아깨비의 안부를 궁금해한다
-1961년 경북 예천 출생.원광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우석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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