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새의 부족 / 박서영

폴래폴래 2009. 2. 8. 15:21

 

 

 

 

                            구관조        사진출처:네이버포토

 

 

 

                         새의 부족               /박서영 

 

 

내 가랑이에 조그만

쇠사슬이 걸려 있다

보도블록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닌 뒤 아랫도리를 살펴보면

내 몸 속의 필라멘트가

툭툭 끊어져 있다

공포가 살을 뚫고 들어온다

황학동에서 구관조 한 마리를 만난 뒤

내 가랑이에 조그만 쇠사슬이

끊임없이 쩔렁거린다

몸 속의 필라멘트가 끊어졌다

오랜 나날 쇠사슬에 문드러진

구관조의 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구관조는 이제 날기를 포기했나?

이 거리에 쉬면서 다른 한쪽 발로

사슬에 묶인 다른 한쪽 발목을

피가 나도록 긁어댈 뿐이다

배운 말이 있지만

말조차도 귀찮은 듯 구관조는

삶과 죽음이다 귀찮은 듯

발목만 응시한 채 고개 처박고 있다

이 수상한 도시가 새를 다 날려버렸나

잡아 먹었나 

 

 

 

          - 1968년 경남고성 출생. 1995년 '현대시학'등단.

              시집<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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