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포토갤러리
폐차장으로 /최재영
속도를 버린 바퀴 안으로
팽팽하게 구르던 것들이 잠들어 있다
오랜 시간 달려왔을 속도는
침묵을 받아들인 지 오래다
눈부시게 태양을 굴리던 날들
빠르게 질주하던 속력들이
서서히 폐허를 인정하는 눈치다
마지막 쿨럭거리는 쇳소리까지
모두 뱉어내고 나서야
제 안의 상처들도 잠잠해지는지
둥근 굴레 안으로 스며드는 것들
그동안 수없이 부대끼던 모서리의 저항이
힘없이 찌그러지는 중이다
바퀴에게길은 폭력이었으므로
더 이상 길을 낼 수 없는 막다른 곳까지 달려왔을 것이다
뭉특한 울음을 받아 줄 곳도
너무 빨라 눈에 짚이지 않던 풍경까지
길의 기억이 희미하게 닳아있는 곳,
폐차장을 지나치지 못한다
어쩌다 이곳이 최후의 안식처가 되었을까
부르릉 싱싱한 울음으로 깨어나기 위해서는
온전하게 버려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을 져 나르던 길이
한 순간 형체도 없이 지워져 버린다.
-2005년 '강원일보,한라일보'신춘문예
2007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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