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네이버포토
파냄새
문인수
노점 아주머니가 지금 부지런히 대파를 다듬고 있다.
아주머니한테 아직 묻어있는 色이 잠시 입을 가리며
킬킬킬 웃으며 오늘도 펑퍼짐한 몸 한 무더기를 털썩
낳아 놓았다. 어둑살 아래, 좌판 위에 쑥 쑥 뽑아놓는 대파,
파는 벗겨져 하얗게 가지런히 깔리고
건반 같다. 그 옛날 어느 시골 초등학교 교실의 풍금소리가 날 것 같다는
내 생각 따위의 파껍질들은 아무렇게나 희끗희끗
언 길바닥에 나부끼고 들러붙고 밟히고 깨끗한,
毒한 파냄새가 계속 뿜어져 나오는 저 아주머니 속에는
더 많은 입김이, 긴 화차 같은 인생이 꽉 꽉 채워져
악물려 있을 것이다. 또한
아주머니의 오십대 중반을 시꺼먼 방한복에다 뚤뚤 뭉쳐
눌러 앉혀 놓았으니 낮은, 최종학력의 저 바닥은 사실
혹한이 돌보는 셈이다. 얼거나 썩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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