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 강순
늪에는
작은 각시붕어 한 마리가 살았다
각시야 각시야 내 각시야
더 넓고 찬란한 미래 속으로 가기 위해
질퍽한 그곳에서 먹이를 찾던
지금도 '늪' 하고 발음할 때마다
나는 한 마리 각시붕어가 된다
각시야 각시야 내 각시야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못한 걸인처럼
지치고 혼란한 눈망울을 굴리는 작은 육체
제발 나를 좀 구해 줘요
그리고 '각시붕어'하고 되뇔 때마다
그대는 허상(虛像)의 늪을 낚는 낚시꾼이 된다
각시야 잃어버린 내 각시야
배고픈 자아(自我)는 채우지 못하고
결국 슬픈 기억만 가득 매단 낚싯대
제발 나를 좀 구해 줘요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그대의 식탁에 올려져서
각시야 각시야 내 보고싶은 각시야
허기진 영혼을 채우기 위해
그대의 접시 위에서 파닥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발 나를 좀 먹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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