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 강순

폴래폴래 2008. 11. 1. 16:09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 강순

 

늪에는

작은 각시붕어 한 마리가 살았다

각시야 각시야 내 각시야

더 넓고 찬란한 미래 속으로 가기 위해

질퍽한 그곳에서 먹이를 찾던

 

지금도 '늪' 하고 발음할 때마다

나는 한 마리 각시붕어가 된다

각시야 각시야 내 각시야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못한 걸인처럼

지치고 혼란한 눈망울을 굴리는 작은 육체

제발 나를 좀 구해 줘요

 

그리고 '각시붕어'하고 되뇔 때마다

그대는 허상(虛像)의 늪을 낚는 낚시꾼이 된다

각시야 잃어버린 내 각시야

배고픈 자아(自我)는 채우지 못하고

결국 슬픈 기억만 가득 매단 낚싯대

제발 나를 좀 구해 줘요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그대의 식탁에 올려져서

각시야 각시야 내 보고싶은 각시야

허기진 영혼을 채우기 위해

그대의 접시 위에서 파닥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발 나를 좀 먹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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