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고은
자네 꼽추가 되도록
사랑해봤나?
꼽추가 되도록
타락해봤나?
나는 틀렸어
어린 시절 생각나
생복숭아 비바람에 다 떨어진 날
새끼 열여섯 낳아
열하나 잃고
다섯 남은 여든 살 할멈
열두번째 딸 죽은 날
꼽추할멈 울던 날 생각나
천정화 4년
꼽추가 되어버린 늙은 미켈란젤로
그 사람도 생각나
그 사람의 시스티나 천지창조 생각나
저 대웅전 32상(相)80종호(種好)부처 가고 꼽추부처 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