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시스티나 / 고은

폴래폴래 2008. 10. 16. 22:25

 

                           시스티나

 

                                        고은

 

   자네 꼽추가 되도록

   사랑해봤나?

 

   꼽추가 되도록

   타락해봤나?

 

   나는 틀렸어

 

   어린 시절 생각나

   생복숭아 비바람에 다 떨어진 날

   새끼 열여섯 낳아

   열하나 잃고

   다섯 남은 여든 살 할멈

   열두번째 딸 죽은 날

   꼽추할멈 울던 날 생각나

 

   천정화 4년

   꼽추가 되어버린 늙은 미켈란젤로

   그 사람도 생각나

   그 사람의 시스티나 천지창조 생각나

 

   저 대웅전 32상(相)80종호(種好)부처 가고 꼽추부처 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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