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지저귀던 저 새는

폴래폴래 2008. 10. 15. 21:23

 

 지저귀던 저 새는

 

                            심재휘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해변에 밀려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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