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도 昌原道
- 남행시초南行詩抄 1
백석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山허리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더리고 호이호이 희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을 길이다
솔포기 가지가 다보록하게 퍼진 작은 소나무.
엎데서 '엎드려서'의 고어, 평안 방언.
땃불 땅불, 땅 위에 아무렇게나 질러놓은 불.
정본 백석시집 문학동네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