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창원도昌原道

폴래폴래 2020. 8. 30. 14:43

창원도 昌原道

    - 남행시초南行詩抄 1

 

 

                                       백석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山허리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더리고 호이호이 희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괴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을 길이다

 

 

 

  솔포기 가지가 다보록하게 퍼진 작은 소나무.

  엎데서 '엎드려서'의 고어, 평안 방언.

  땃불 땅불, 땅 위에 아무렇게나 질러놓은 불.

 

 

  정본 백석시집 문학동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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