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돼지국밥

폴래폴래 2020. 8. 25. 09:47

  돼지국밥

 

                                     이월춘

 

 

 그대와 함께 세상의 흔들다리를 건너갈 때

 오리무중, 오늘 하루도 사무치겠다 싶으면

 까다롭다와 예민하다는 형용사는 모시지 말자

 세상이 그리움투성이일수록 가볍게 건너겠다며

 수더분하다와 무던하다는 낱말은 콧등의 땀으로 솟고

 궁상각치우 토금목화수 산벚꽃 낙화에도

 독거의 깊고 검은 적막을 다스리는 덴 붉은 국물이 최고니까

 식당 문짝들이 그냥은 못살겠다며 헛소리로 흔들려도

 여기 솟고 저기 갈앉는 잡내 푸성귀로 덮어 두고

 문밖의 울음 한 숟가락에 반성문 한 장

 허벅지살을 저며 고추기름으로 둥둥 띄우고

 오래전 가신 어머니의 가슴에 나도 묻혀 있겠지

 슬픔은 함부로 위로하는 게 아니라며

 탁자 위에 흩뿌려진 고춧가루 몇 점

 雨前을 달여 마셔도 씻을 수 없던 이 삿됨을

 그대와 함께 하는 뜨거운 마음 한 사발로 삭이며

 

 

 

  시집<간절함의 가지끝에 명자꽃이 핀다> 2020 수우당

 

 

  -1957년 창원 출생. 경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졸업.

   1986년 무크<지평>, 시집<칠판지우개를 들고>로 등단

  시집<그늘의 힘><감나무 맹자><칠판지우개를 들고><동짓잘 미나리>

  <추억의 본질><산과 물의 발자국> 문학에세이<모산만필> 등

  경남문학상, 경남작가상, 경남시학작가상 등 수상. 진해남중학교 교장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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