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이월춘
그대와 함께 세상의 흔들다리를 건너갈 때
오리무중, 오늘 하루도 사무치겠다 싶으면
까다롭다와 예민하다는 형용사는 모시지 말자
세상이 그리움투성이일수록 가볍게 건너겠다며
수더분하다와 무던하다는 낱말은 콧등의 땀으로 솟고
궁상각치우 토금목화수 산벚꽃 낙화에도
독거의 깊고 검은 적막을 다스리는 덴 붉은 국물이 최고니까
식당 문짝들이 그냥은 못살겠다며 헛소리로 흔들려도
여기 솟고 저기 갈앉는 잡내 푸성귀로 덮어 두고
문밖의 울음 한 숟가락에 반성문 한 장
허벅지살을 저며 고추기름으로 둥둥 띄우고
오래전 가신 어머니의 가슴에 나도 묻혀 있겠지
슬픔은 함부로 위로하는 게 아니라며
탁자 위에 흩뿌려진 고춧가루 몇 점
雨前을 달여 마셔도 씻을 수 없던 이 삿됨을
그대와 함께 하는 뜨거운 마음 한 사발로 삭이며
시집<간절함의 가지끝에 명자꽃이 핀다> 2020 수우당
-1957년 창원 출생. 경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졸업.
1986년 무크<지평>, 시집<칠판지우개를 들고>로 등단
시집<그늘의 힘><감나무 맹자><칠판지우개를 들고><동짓잘 미나리>
<추억의 본질><산과 물의 발자국> 문학에세이<모산만필> 등
경남문학상, 경남작가상, 경남시학작가상 등 수상. 진해남중학교 교장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