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간절함 / 신달자

폴래폴래 2020. 4. 9. 10:08

 

 

  간절함

 

                   신달자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두 손과 손 사이에

 깊은 동굴이 열리고

 머리 위로

 빛의 통로가 열리며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바위 속 견고한 침묵이

 온기 피어오르며

 자잘한 입들이 오물거리고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

 제 발등에 입을 맞춘다

 

 엎드려도 서 있어도

 몸의 형태는 스러지고 없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른다

 

 

 

 시집『간절함』2019,민음사

 

 『시와함께』2020년 봄호

 

 

 1964년『여상』으로 등단. 1972년『현대문학』추천완료 재등단.

 시집<종이><북촌><간절함>등. 대산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