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폴래폴래 2020. 1. 2. 11:48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침투

 

   차유오

 

물속에 잠겨 있을 때는 숨만 생각한다 
커다란 바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바닥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는 서서히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을  
떠올리고 
볼 수 없는 사람의 손바닥을 잡게 된다 

물결은 아이의 울음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가지 못한 곳까지 흘러가면서  

하얀 파동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고  

나는 떠오르는 기포가 되어  
물 위로 올라간다  

숨을 버리고 나면  
가빠지는 호흡이 생겨난다  

무거워진 공기는 온몸에 달라붙다가 
흩어져버린다  

물속은 울어도 들키지 않는 곳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지워준다 

계속해서 투명해지는 기억들 

이곳에는 내가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물이 있다 

버린 숨이 입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차유오 : 1997년 경기 남양주 출생. 명지대 문창과 3학년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