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조용히 하라는 쉬 / 이담하

폴래폴래 2019. 11. 20. 14:33


 

 


  조용히 하라는 쉬


                      이담하


 밝은 전구 아래서 오줌을 누다 보면

 몸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입 밖에 없다면

 귀가 가장 부끄럽다

 쉬, 하는 소리는 몸의 부끄러움

 전구가 나가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그때 귀는 얼마나 환한 밝기가 될까

 귀와 눈의 역할을 바꾸어

 내 귀로 내 몸의 부끄러운 소리를 듣는다


 벌컥벌컥 마신 물

 잠깐 동안의 우물도 비워질 때는

 그 어떤 것을 내보내기 위해 문을 여는 것

 소리 줄기가 빠져나가는 동안 부르르 떠는 쉬,

 몸의 부끄러운 곳에서 나온다

 그래서 귀가 가장 부끄럽다


 부끄러움은 하나의 입, 할 말이 없다

 몸의 가장 부끄러운 곳

 말하는 입과 닮아서

 입을 봉한다는 것은 소리를 가두는 것

 입을 닫고 있을 때

 조용히 하라는 소리가 몸속에 쌓여

 일어날 때보다 앉을 때 조용히 하라는 쉬,


 오줌을 누면서 눈과 귀를 떼어 놓는다




 『포지션』2019년 가을호



 1962년 강원 홍천 출생. 2011년『시사사』신인상 등단

 2016년 한라일보 신춘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