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노래
고재종
바람의 갈기를 입은
길의 운명은 떠나야 한다는 것
고샅길의 주먹밥
신작로의 뿌연 먼지
삼거리 주막에서의 탁배기 두어 잔
바람을 거스르는 길 위의
새파란 창공을 뒤덮은 까마귀
떼로 내려앉는 호밀밭
지금 여기가 어디쯤인가
길의 끝 그 너머에서도 길은 길일까
후회와 가책의 이정표거나
모든 악 중에서 최고의 악이라는
희망, 그 노래와도 함께
길은 바람 이는 갈대숲
빗방울 듣는 강변의 모래밭
내겐 떠나온 집도
돌아갈 절도 없이, 길은
길 바깥 것까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발견』2019년 가을호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사람의 등불>등 다수.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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