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길의 노래 / 고재종

폴래폴래 2019. 10. 4. 15:15




     길의 노래


                            고재종


 바람의 갈기를 입은

 길의 운명은 떠나야 한다는 것


 고샅길의 주먹밥

 신작로의 뿌연 먼지

 삼거리 주막에서의 탁배기 두어 잔


 바람을 거스르는 길 위의

 새파란 창공을 뒤덮은 까마귀

 떼로 내려앉는 호밀밭


 지금 여기가 어디쯤인가

 길의 끝 그 너머에서도 길은 길일까


 후회와 가책의 이정표거나

 모든 악 중에서 최고의 악이라는

 희망, 그 노래와도 함께


 길은 바람 이는 갈대숲

 빗방울 듣는 강변의 모래밭


 내겐 떠나온 집도

 돌아갈 절도 없이, 길은

 길 바깥 것까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발견』2019년 가을호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사람의 등불>등 다수.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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