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반려 사물 / 이담하

폴래폴래 2019. 7. 14. 11:00




           반려 사물


                                이담하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실종자와 동행했던 것은 할 말이 많다

 주인을 흔들어 깨우는 것처럼 한동안 울리다가

 도착한 카드 몇 통

 경찰은 패턴을 풀고 측근을 골라내고

 최근의 말과 과거의 말을 선별했다


 거짓말 같은 참말, 뜸들이다 놓쳐버린 말

 끝내 마주보지 못한 말은

 화학적 감정을 유발하는 보고 싶은 한 줄

 내밀한 문장은 파장이 길다

 비밀의 나쁜 적은 공개가 아니고 논란으로

 이번 주는 신상 털기 주간


 한 사물을 충전하면

 실종자와 주소가 같다

 폰 케이스를 자주 바꿔 주고

 몇 시간씩 눈을 맞추고 터치했을 실종자

 반려 사물을 대답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밀어서 잠금이 해제되는 유서를 흘렸을 것이고

 날짜를 저당 잡혀

 끝에 가서 비상 탈출을 시도했을 것이다


 진지하게 만들어져서 진지하게 버려진 사물

 낑낑거리는 개처럼

 벨 소리를 울리고 조용해졌다고 한다



 『시와 표현』2019년 5~6월호




 강원 홍천 출생. 2011년<시사사> 신인상, 2016년 한라일보 신춘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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