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걸 뭐라고 불러
황학주
누가 저렇게 해풍을 응대하며 살아가지
꽃이 되었으나
꽃으로 될 수 있는 게 뭘까, 묻는다면
그야 바람도 제 의지로 다니는 것만은 아니라고 달래주리요만
작아서 기억되는 꽃 중에서 신부를 삼고 싶은 걸
울대를 조이며 두리번대는
해국 점자들은 또다시 이곳에 피어나지
한줌 흙을 돌 겉에 토해
숙여서 해줄 수 있는
형태이면
두 손으로 책을 펴거나 꽃을 심는, 맞절이 좋을 것 같다
이런 풍토에서
나는 몇 평 안 되는 소원으로 예식을 올리는 것이니
점점이 명치 주위에 박아보는
연한 마음의 자줏빛 봉지들
영혼의 금빛 목조 처마 위에 하나둘 떠오르는
너를 어떻게 버려, 그걸 뭐라고 불러
해국인데
바람 같은 자의 밑자락을 거머쥐는 종류인데
시집『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2019.문학동네
1954년 광주 출생. 세종대 영문과,우석대 대학원 국문학박사
1987년시집<사람>으로 작품활동.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등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작품상, 문학청춘작품상,애지문학상 등 수상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비소리 / 박종국 (0) | 2019.07.13 |
---|---|
새와 길 / 오규원 (0) | 2019.07.13 |
어화 둥둥 저기 꽃등 하나 / 성선경 (0) | 2019.07.08 |
1990년 / 진혜진 (0) | 2019.07.07 |
골목들 / 이하석 (0) | 2019.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