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과 새 / 오규원

폴래폴래 2018. 4. 8. 11:28



     사진:네이버포토



        꽃과 새



                             -오규원


 봄입니다 그리고

 4월입니다


 목련꽃이 피자 꽃몽오리에 앉았던 햇살이

 꽃봉오리에서 즉각 반짝 하고 빛났습니다


 목련꽃이 지자 이번에는 햇살이 꽃이 진 자리에

 매달려 새 잎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목련꽃이 지고 꽃이 진 자리에 잎이 날 동안

 목련꽃 곁의 울타리에서는


 몽오리를 만들고 있던 개나리가 노오란

 꽃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순간 꽃몽오리에서 밀려나던 햇살이 반짝하더니

 다시 꽃봉오리에 와아아 ─ 붙었습니다


 개나리 울타리 밑에서는 민들레가

 개나리와 같이 노오란 꽃을 만들고


 양지 쪽 울타리 밑에서는 흙더미 위로

 이제 겨우 채송화가 머리를 뾰족 내밀었습니다


 그래도 성급한 벌들이 가끔 그 위를 날고

 개미는 뾰족한 채송화 머리 사이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 물론, 새들은 꽃 피고 잎이 돋을 동안

 꽃몽오리와 잎을 피해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시집<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문지 2004년 4쇄




 -1941년 경남 삼랑진 출생. 2007년 타계. 동아대 법대 졸업.

 1968년<현대문학>등단. 시집<분명한 사건><순례><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상 등 수상.

 시론집<현실과 극기><언어의 삶><현대시작법> 서울예대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