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롤러코스트
이온정
놀이 공원엔 비명이 꽃핍니다
도대체 어떤 믿음이 저렇게
비명을 질러대는 걸까요
믿음은 힘이 세고
구심력과 원심력에 매달려
아찔한 생을 소진하고 있는 걸까요?
밖으로 튀어 나갈 수 없는 이 놀이는 무섭습니다
현기증을 다독이며 회전하는
공중의 수를 서서히 줄이기로 합니다
훌라후프처럼 돌리고 돌리던
저녁의 둘레를 줄이면
둥근 공포는 야광으로 빛날까요
노랗게 질릴수록 안전 운행을 믿지만
믿어서 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힘이 센 믿음에서 이탈하고 싶지만
굴곡의 운행은 중도하차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존재의 끈을 놓지 않고
기어이 튕겨나간 방식으로 지킨 일생이라면
저렇게 즐거워도 됩니다
멀미를 추스르며
현란한 굴레를 휘돌리던 바퀴들의 공중
즐겁던 아비규환이 조용합니다
어떤 절정도 저렇게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놀이기구 밑엔 비명들이 즐비하고
비명은 즐거움과 고통의 두 가지 방식입니다
구심력으로 밀고 원심력으로 배신당하는
이 아찔한 일생의 놀이를
아이들은 일찍부터 배우려 합니다
'文學의 오솔길 > 신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0) | 2018.01.06 |
---|---|
201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0) | 2018.01.06 |
2018년 문화일보,전북도민일보 신춘 당선작 (0) | 2018.01.06 |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0) | 2018.01.06 |
201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0) | 2018.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