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자물통 속의 눈 / 이지담

폴래폴래 2016. 12. 6. 16:47





         자물통 속의 눈



                                              - 이지담


  눈들이 자물통 구멍 속에 숨었다


  보는 것이 두려운 눈

  눈을 떠도 눈물이 보이지 않는 눈

  영혼 없이

  바다 거품으로 둥둥 떠도는 눈들이다


  자물통 구멍을 들여다본

  나비는

  한가로이 감자 꽃을 좋아했다

  시끄럽게 떠들던 매미는 열쇠열쇠 불렀을까

  오래도록 지켜보던 나무가 있었다

  열쇠는 신비로운 별이 되려는 것일까


  눈은 눈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눈을 감았다 여전히 시계는 돌아가고

  구멍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갇혔다는 이 두려움이 견딜 수 없어


  스스로 하얀 종이와 가깝다고 생각했던

  선택받지 못한

  문장들

  가지 끝에서 뿌리에까지 오르내리며

  눈이 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기어이 겨울을 이겨낸 꽃눈

  새순 밀어올려

  자신으로부터 찢고 나오는 눈들

  자물통을 펑펑 터뜨린다

  비겁하여 숨은 눈들을 호명한다




  시집『자물통 속의 눈』서정시학 2016.12.10




  -전남 나주 출생.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3년 계간<시와사람>신인상으로 문단활동 시작

   2010년<서정시학>신인상 수상

   시집<고전적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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