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타르쵸 / 권혁재

폴래폴래 2016. 8. 16. 14:44






          타르쵸



                                        - 권혁재


   허공에 새긴 수많은 경전

   바람이 읽고 새가 읽는다

   바람에 날린 경전을 새가 물어다

   건너편 산자락까지 전도를 한다

   경전이 낡도록 나부끼는만큼

   소원 하나 메아리를 타고

   고승이 입적한 돌무덤 언덕에 가 닿는다

   몸이 찢어지는 날이나

   고독이 더욱 길어지는 밤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며

   참혹한 수행으로 버티는 첨병 같은 시각,

   바람에 떨고 추위에 떠는

   억만의 경전들

   오늘도 경전을 읽어보내기가

   층층나뭇잎처럼 외롭다


   한 수행자의 등을 밀어주며

   가만가만 나부끼는 타르쵸.




   시집『고흐의 사람들』지혜 2016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투명 인간><잠의 나이테><아침이 오기 전에><귀족 노동자>

   2009년 단국대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