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쵸
- 권혁재
허공에 새긴 수많은 경전
바람이 읽고 새가 읽는다
바람에 날린 경전을 새가 물어다
건너편 산자락까지 전도를 한다
경전이 낡도록 나부끼는만큼
소원 하나 메아리를 타고
고승이 입적한 돌무덤 언덕에 가 닿는다
몸이 찢어지는 날이나
고독이 더욱 길어지는 밤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며
참혹한 수행으로 버티는 첨병 같은 시각,
바람에 떨고 추위에 떠는
억만의 경전들
오늘도 경전을 읽어보내기가
층층나뭇잎처럼 외롭다
한 수행자의 등을 밀어주며
가만가만 나부끼는 타르쵸.
시집『고흐의 사람들』지혜 2016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투명 인간><잠의 나이테><아침이 오기 전에><귀족 노동자>
2009년 단국대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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