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도서관에서 / 하재연

폴래폴래 2015. 8. 13. 14:38

 

 

 

                       사진:네이버포토

 

 

                도서관에서

 

 

                                                     - 하재연

 

   기둥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있었다

   검은 감정들

   불투명한 잔여들

 

   사생활을 엿보는 일들로만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있어서

   한 남자는

   하루의 내역서를 말로 타이핑하고

 

   목차가 없으므로 목을 늘어뜨리고

   나를 기억해내고 싶었다

 

   무섭게 검어가는 포도알들의 밭 가운데서

   나의 목소리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카트에 남은 물건들은 몇 가지 책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잊고 문을 잠근 것이었다

   불이 꺼진 다음이었다

 

 

   『시로 여는 세상』2015년 여름호

 

 

 

   -1975년서울 출생. 2002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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