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도서관에서
- 하재연
기둥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 있었다
검은 감정들
불투명한 잔여들
사생활을 엿보는 일들로만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있어서
한 남자는
하루의 내역서를 말로 타이핑하고
목차가 없으므로 목을 늘어뜨리고
나를 기억해내고 싶었다
무섭게 검어가는 포도알들의 밭 가운데서
나의 목소리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카트에 남은 물건들은 몇 가지 책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잊고 문을 잠근 것이었다
불이 꺼진 다음이었다
『시로 여는 세상』2015년 여름호
-1975년서울 출생. 2002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 문정희 (0) | 2015.08.13 |
---|---|
물가에서 우리는 / 이승희 (0) | 2015.08.13 |
물방울의 회화 / 정지우 (0) | 2015.08.11 |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 천수호 (0) | 2015.08.09 |
꽃 / 정다인 (0) | 201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