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에 들다
- 정정례
정말 꽃을 예쁘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가끔 하얀 꽃술로 모란에 들어 북적거리는 며칠을 보냅니다. 오월이 이렇게 북적거리는 달인 줄 몰랐어요. 꽃 속에서 며칠 만개하다 가는 날들, 그 꽃의 뿌리를 찾아가면 임계온도로 부르르 떨고 있는 냉각팬이 돌고 있습니다.
꽃 한 송이 속이 이렇게 인사가 난무하고 울음이 지척간이고 후회가 줄지어 지나가고 회상은 고요히 벽에 기대 앉아있는, 꽃을 들여다보면 아득한 한해살이 죽음이 창궐하고 있다는 장례 사업이 붕붕거린다는 것. 부르튼 입술들이 매운 모란에서 쓰라리다는 것.
홑겹의 상복
바람의 상주
어느 낙화도 들여다보면 마지막까지 견딘 것은 안간힘이라는 것. 모란실에서 발인하고 보면 피어있는 꽃송이마다 다 장례기간이라는 것을 압니다.
화병에 꽃,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묻어준 이유도 그것입니다
『서정시학』2015년 여름호
-2010년<유심>등단. 시집<시간이 머무른 곳><숲><덤불설계도>
천강문학상 우수상, 한올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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